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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공부

보호의무에 관하여

화로자리은하단 2023. 11. 1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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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의무에 관하여

보호의무란 계약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의 생명이나 신체, 소유권 및 기타 재산적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주의의무를 말하며 우리나라 다수설은 이를 채무자의 의무 중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판례에서도 숙박계약이나 입원계약, 근로계약 등 일정한 유형의 계약에 한하여 채무자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행위의 성립 이외의 보호의무를 채무의 범위에 포함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와 독일의 민법의 특수한 상황으로 발전된 보호의무라는 개념을 우리나라에서도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이 남아있다. 이에 대해 보호의무가 우리 민법의 체계상 필요한 개념인지에 대해 독일 민법의 경우와 비교해 보고 우리 대법원은 어떤 사유로 보호의무를 채무자의 의무로 확대하여 인정하였는지에 대하여 살펴보자.

 

독일에서의 보호의무론과 우리나라의 보호의무론

독일에서의 보호의무론은 보호의무룰 채무자의 의무로 인정하고 있으며 명문화되어 있다. 독일 민법은 2002년 채권법 개정 전 불법행위법에 대해 제한적 열거주의를 채택하여 불법행위의 구성요건을 협소하게 유형화하여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따라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채무불이행책임으로의 이론구성이 필요하였고 이를 위해서는 채무자에게 채무에 해당하는 의무가 존재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2002년 채권법 개정 후 보호의무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더 이상 신의칙에 대해 부롸 되는 의무가 아니라 명문의 규정에 의해 채무자에게 부과되는 의무로 전환하였다. 

우리 민법상에서 채무불이행이란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은 때라고 정의할 수 있으나 독일 구민법상 채무불이행이란 급부의무의 위반만을 채무불이행으로 정의하여 채무불이행 성립범위가 제한적이다. 독일은 불법행위법상의 특수성으로 인해 민법의 해석상 급부의무 외에 부수의무를 인정하여 채무불이행의 성립범위를 확대하였다. 이렇듯 채무불이행규정에 대해 우리나라와 독일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학설은 채무자의 의무에 대해 독일의 이론을 따르고 있다. 보호의무를 채무자의 의무에 포함시키자는 견해의 논거로는 첫째, 우리 민법 제390조에 의해 채권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의무를 당사자가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때를 뜻한다고 해석하는 견해이다. 둘째, 보호의무는 급부의무에 대해 병존적 관계에 있으며 당사자 상호 간 신의칙에 기해 서로 상대방의 생명과 재산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셋째, 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신뢰관계 또는 특별 결합관계가 형성되므로 이에 따른 의무를 채무자에게 부과하여야 하며 이를 보호의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한편 보호의무는 채무자의 의무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견해의 논거로는 첫째, 채무불이행책임은 본래의 급부의 이행과 관련성을 갖는 경우에만 인정되어야 하고, 둘째, 보호의무는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일반적인 주의의무일 뿐이며 이를 채무의 한 내용으로 보는 것은 채무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우리 민법의 해석상 보호의무를 채무자의 의무로 포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독일은 민법의 특수성에 의하여 불법행위성립의 구성이 부정되는 경우가 다수 있으므로 보호의무를 채무자의 의무로 포함시킬 필요성이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요건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피해자 구제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고 사용자책임에 대해서도 독일과 달리 사실상 무과실책임에 가깝게 운용되므로 보호의무를 채무자의 의무에 포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 채무불이행의 지나친 확대는 불법행위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불법행위칙임이 성립하는 경우에도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하게 되면 피해자 보호를 오히려 채무자에 대한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민법과 독일 민법에서는 채무불이행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채무의무에 보호의무를 포함할 필요성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으므로 독일 구민법의 해석을 근거로 급부의무와 부수의무 외에 보호의무를 채무자의 의무로 포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보호의무의 입법화 필요

독일은 불법행위법에서 제한적 열거주의를 채택하여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발행하므로 보호의무를 인정할 필요성이 존재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불법행위책임에 대해 유연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독일과 달리 보호의무를 채무자의 의무로 편입시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판례와 학설을 통해 신의칙을 근거로 보호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 민법이 독일 민법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두 나라의 규정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보호의무 이론을 그대로 수용한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지양하여야 한다.

 

보호의무를 채무자의 의무로 포함하여 채무불이행책임으로 구성하면 불법행위책임으로 구성할 경우보다 입증책임과 소멸시효 측면에서 채권자를 더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 입증책임 측면에서 살펴보면 보호의무를 일반적 주의의무로 이해하는 때에는 가해자인 채권자의 고의나 과실로 보호의무가 위반되었음을 피해자가 증명해야 하지만 보호의무가 채무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해자인 채무자가 자신의 고의나 과실 없이 채권자의 법익이 침해되었음을 증명하면 되기 때문이다. 소멸시효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리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을 적용받게 되지만 채무불이행책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은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을 적용받고 있다.

 

보호의무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계약이라는 급부의무에서 부수적 의무로서 신의칙에 근거하여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계약 체결 전 단계에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책임이 발생한다면 채권자는 불이익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우리나라 민법에서 보호의무에 대한 명문규정이 없음에도 이를 인정하는 이유는 이렇듯 거래관계에서 약자의 위치에 놓일 수 있는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계약은 둘 이상의 당사자의 합치하는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법률행위로써 양 당사자는 계약의 이행에 있어서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일반 거래관계에서 사업자(채무자)와 소비자(채권자) 사이에는 정보 불균형 등으로 인해 분명 소비자가 약자의 위치에 놓이게 될 경우가 많다. 만약 계약에서 채무자의 급부의무의 이행행위만 완료하여 채무자가 완전한 의무를 다 하였다고 본다면 거래에 있어서 대체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놓이기 쉬운 채권자를 폭넓게 보호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전문 지식이 없으면 그 위험성을 알 수 없는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설명서대로 사용했음에도 신체나 재산적 피해를 입었을 경우 판매자는 그 제품을 소비자에게 소유권 이전한 급부의무를 완료하였으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게 된다면 소비자의 피해는 보호하기 어렵게 된다. 고용관계에 있어서도 사용자와 근로자 간 임금지급과 근로제공이라는 급부의무에 대해서만 책임을 논한다면 근로자가 위험한 환경에서 근무하다 사고를 당할 경우 근로자가 입을 수 있는 피해에 대한 보호가 어렵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판례와 학설을 통해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인정하고 있을 뿐 이에 대해 명문화되어있지는 않다. 보호의무를 배제해야 한다는 견해를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 보면 첫째, 보호의무가 채무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와 둘째, 불법행위 책임법을 제한된 열거주의로 채택하였던 독일 민법의 특수성으로 인해 형성된 보호의무의 개념을 우리 민법에 그대로 도입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법의 역사적 형성과정을 살펴보면, 일제강점기 독일의 법률과 이론의 영향을 받은 일본법의 법률 및 운용체계까지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법이 독일법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아 제정되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또한 우리나라 법은 독일법률의 구성방법과 해석방법은 물론이고 정의와 형평, 법적 안정성 등 법의 근본이념에 있어서도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법의 제정과정에서 영향을 받았다 하여 그 내용까지 우리나라만의 특수성을 고찰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보호의무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독일법과 동일하게 해석한다면 그것은 분명 개정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지적한 대로 보호의무를 인정할 실익이 없는 경우는 배제하고 그 외의 채권자를 두텁게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제한된 유형의 계약관계에서나마 보호의무를 입법화하여 명문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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